GOT7

뽐겸 미완

마리보 2017. 10. 17. 03:41

임재범은 참았다.

 

사소하게는 김유겸이 고양이머리띠를 하고 칠렐레팔렐레 돌아다니다 저를 보고 수줍게 웃으면서 다가올 때도 참았고호텔에서 막 씻고 나와 촉촉한 얼굴로 진영이 형 여기 있어?” 하며 제 방을 찾아왔을 때도 참았고섹시댄스랍시고 보는 눈 많은 무대 위에서 허리며 골반이며 낭창낭창 흔들 때도 참았고꿈에 김유겸이 나와 XXXX했어도 참았다심지어 김유겸이 흰 셔츠 하나만 입고(임재범의 취향배문배의 아이디어제 방문을 빼꼼 열고 혀엉” 불렀을 때도 임재범은 참았다.

진영이랑 사귀었던 걸 알게 된 유겸이가 엉엉 울면서 나랑은 왜 안 해주냐날 좋아하는 게 맞냐내가 좋다니까 그냥 사귀어 주는거냐서럽게 털어놓을 때도 참았다펑펑 울면서 나랑 해나랑도 해.” 조르는 애기 소망을 뿌리칠 수가 도무지 없어서 임재범은 유겸이를 안아 달래다가 짧게 키스했다.

 

너 싫어서 안 하는 거 아니라니까형 못 믿어?”

아니......”

 

김유겸은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치질 못하다가, 2시간 내도록 울어서 엉망이 된 축축한 얼굴로 ... 왜 이렇게 잘해?” 했는데 여기서 진짜 딱 한 번만 해야지’ 했던 임재범의 굳은 다짐은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임재범이 키스를 잘 하는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키스연습을 한답시고 뱀뱀이 유겸이랑 두 손 꼭 붙잡고 입을 맞추고 있을 때도 재범이는 참아야 했던 것이다그게 아니라형이 오해한 것이 속상하고 두려워서 강아지처럼 낑낑 울면서 연습 따위의 같잖은 소리를 하는데임재범은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연습이고 뭐고 씨발 사지 멀쩡한 애인을 두고험한 소리 나가기 직전이라 입을 다물었다애한테 험한 말 하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 스킨십에 박하게 굴었던 것도 사실이라물론 이러한 사실적시 이전에 임재범은 그냥 존나 화가 나서 입만 열면 그대로 욕이 나올 것 같았으므로 참고 있는 것이었다.

 

미안해... 나는 형이 너무 잘해서내가 못해서 나랑 안 하는 걸까봐그래서 연습 할라구...”

 

어찌보면 귀엽고 깜찍한 말이었다.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말했잖아.”

 

임재범은 이 짧은 말을 하기 위해 세 번의 큰 한숨을 쉬어야했다속에서 들끓는 화가 억눌러지지가 않아서 목소리는 사자나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그렇듯이 낮고 긁혔다유겸이는 포식자 앞의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임재범은 김유겸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손목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눕힐 수도 있었다그리고 키스를 하며 허리를... 아니아니재범이는 진영이 알려준 팁을 떠올렸다초딩김유겸... 초딩김유겸... 초딩김유겸... 세 번의 되뇌임과 함께 빵실한 얼굴이 떠올랐다.

 

다음부터 그러지마.”

응 형 미안해 진짜 미안해

 

임재범은 실로 니르바나의 경지에 이르기 직전이었다김유겸의 입술을 볼 때마다 임재범은 지금 제 몸을 태우면 사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이렇듯 임재범이 힘겹게 김유겸과의 XX를 참은 것은 임재범의 섹스모랄이 대단히 높았기 때문만은 아니다애초에 대단히 높지도 않을뿐더러......

 

 

 

박진영은 타일렀다.

 

임재범이 다시없을 온갖 짜증을 다 내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을 때도 타일렀고컨디션 조절을 못 해 주변사람들의 컨디션까지 다운시키며 다닐 때도 타일렀고툭툭 던지는 말투로 저를 상처줄 때도 타일렀고임재범이 사귀자고 했을 때

는 어른스럽게 굴지 못하고 그러자 했었지만그 때는 어렸고임재범과 사귀기 전부터 시작된 타이름은 임재범과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되었다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고 예민하기로는 더럽게 예민하고 무심할 때는 속 터지게 무심한 임재범을 타이를 수 있는 건 팀 내에서 박진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제제프 때는 둘 뿐이었으니 당연히 그 역할이 제게 돌아왔고갓세븐 안에서 역시 관성적으로 상황이 흘러갔다그러므로 임재범이 김유겸과 사귄다고 했을 때도 타일... 미친놈이 같은 팀 내에서 사귀는 생각 없는 새끼인 것은 알았으나(저랑 사귀었었으니까미성년자는 안 건드릴 정신머리가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임재범은 박진영의 생각보다 훨씬 미친놈이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사실 진영이는 김유겸이 임재범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도 어렵게타일렀다심지어 임재범에게는 약간의 언질을 주기까지 했었다그러나...

 

진영이는 약간 심각한 표정을 했다.

 

아니사귀는 건 상관없는데... 기다려라.”

 

유겸이랑 사귀기로 했다는 말을 하는 재범의 표정은 무심했으나 깊은 생각 끝에 제게 털어놓은 것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진영이는 속으로만 한숨을 쉬었다진영이가 한 말의 뜻을 헤아리려 약간의 틈을 두고재범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바야흐로 임재범의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올 때 초코우유

 

임재범은 참으려 했으나실패했다텍스트뿐이었으면 어렵긴 하나 여태까지 그래왔듯 참아냈을 텐데밑에 뜨는 이모티콘이 덩실덩실 춤추는 아이보리 니트 김유겸이었다임재범은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는 걸 숨기려다 결국 굴복하여 엎드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 존나 귀여워... 올 때 초코우유 사오래...

뭐야 누군데,

아 나 요즘 만나는 애.

저번에 걔랑 다시 만나기로 했어?

아니... 다른 애... 어린애야

걔도 어렸잖아.

더 어린애...

몇 살인데?

 

임재범은 고뇌했다.

 

...

미친새끼가 이거

아아 아니아니 곧 있으면 성인이야

내년에 성인이면 지금 뭐 고딩이 아닌 게 되냐 미친놈아?

아 그래서 안 건드리고 있다고...

지랄 니 성격에어떻게

아 박진영... 걔가 존나 감시해

너 만났던 애뭐야너한테 아직 마음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니고아닐 건데...

근데 왜 걜 신경 써걔가 뭐 엄마냐?

엄마처럼 굴어...

하긴 진짜 걔가 신고 안 하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라 너는

그러고 있어 매일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

ㅋㅋㅋㅋㅋㅋ지랄

ㅋㅋㅋ에잇씨... , 12월만 넘어봐, 2015년만 끝나봐 진짜...

 

라고 마음을 다잡았던 임재범이었다그러나 연말 무대는 많고 아이돌은 바쁘고제야의 종이 치고 가요대제전이 끝나고도 정신이 없다가 차에 타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실감이 났다유겸이는 피곤했는지 차에 타자마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흘끔흘끔 애 얼굴을 살피면서 묘한 긴장과 설렘을 느끼고 있는데 이어폰 끼고 자는 줄 알았던 박진영이 눈도 뜨지 않고 염불 외듯 말을 했다.

 

걔 아직 고딩이야 형

아 글치...

 

그렇게 말하면서도 임재범은 별 생각 없이 아 유겸이 교복입고 XX...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우면서도 어떻게 해야 영재랑 유겸이를 트레이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김유겸의 정수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유겸이는 자다 깨서 조용히 폰을 만지고 있었는데사실 속으로는 술 시킬 때 주민등록증 검사 받을 생각에 설레하고 있었다.

 

김유겸 뱀뱀 너네 둘은 콜라 마셔.

나 성인인데?

안 돼아직 학생이잖아.

아니 학교도 안 다니는데 무슨...

너 고등학생 아니야?

아니맞지 맞는데.

수능도 봤잖아.

아니 참 나 법적으로 보장된 내 권리를 형이 뭔데 막아 ㅡㅡ 아 ㅡㅡ 어이없네 진짜

마크오이 있어

배미나는 마셔도 돼나 학생 아닌데?

 

라고 했지만 어쨌건 김유겸이랑 뱀뱀은 박진영이 보는 앞에서 술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박진영이 시켜준 콜라를 홀짝거렸다막 몇 시간 전까지 미성년자였던 귀여운 애인을 쳐다보며술 못 마시게 해서 좀 심통난 표정을 보며그래도 안 된다며 단호한 박진영의 태도를 보며 임재범은 주머니 속에 콘돔을 만지작거리다 집어넣었다하필 다음날 박진영이 입어도 되냐고 물어본 게 그 자켓이었고임재범은 존나 아무 생각 없이 그래라 했었다박진영은 심각한 얼굴로 재범이를 불렀다.

 

형 잠깐만.

 

그제서야 임재범은 아차했다박진영의 심각하게 굳은 얼굴만 보면 자동으로 헤실헤실 웃는 김유겸과 떡치지 못하는 제 처지가 떠오르는 탓이었다.

 

야 솔직히... 이제 성인이잖아 유겸이도...

아 안 된다고고딩이라고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아니성인인데...

아 안 돼무조건 안 돼알잖아.

아 뭐가 안 되냐 진짜 이제 다 되는 나인데혹시 너 아직도 나한테...

내가 미쳤냐그 때 말했지 내가 형이랑 다시 만나면 박진영이 아니라 개라고.

아 그럼 왜,

걔 어리잖아 형.

 

점순이 애비같은 태도였다김유겸은 다 큰지 오래야 씨발 182라고... 그러나 유겸이가 어린 것도 틀린 말이 아니라

 

그럼 졸업식 때까지그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유겸이 교복이라도 벗고 생각해보든가 해그리고 꼭 물어보고 하고억지로 하지 말고,

아아아 됐어 니가 거기까지 신경 쓸 거 없고요.

여튼 이건 압수야있는 거 다 내놔.

없어 낱개로 샀어.

지랄 말고 내놔.

 

재범은 뚱한 표정으로 나와 서랍 안쪽에 숨겨놓은 콘돔을 진영이 방에 툭 던져두었다팀에서 제일 많이 싸우는 형 둘이 빈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여러 방에 들락거리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김유겸이 더할 나위 없이 강아지 같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싸웠어?” 하는데 재범은 그 귀여운 얼굴에 기가 막히면서도 그래 참자참자...

 

사실 임재범이 자기랑 안 자는 게 본인 기준의 문제보다 박진영의 철저한 감시 때문이라는 걸 유겸이가 알게 된다면

 

.... 형 진영이 형 못 이겨?”

 

할거고그럼 유겸이의 예상대로 임재범이

 

이건 이기고 자시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라고 대답할 게 아니라

 

내가 이기지 

 

하고 호승심에 베드인 하게 될 텐데 김유겸은 꼼짝없이 임재범이 저를 아주 좋아하지만 제가 어리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줄만 알았다.




김유겸은 기다렸다.


임재범을 좋아할 때도 감정에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고고백의 대답을 미루며 시간을 달라는 임재범을 꼬박 기다렸고자는 척 하는 제 위로 임재범의 그림자가 살풋 드리우고 입을 맞추려 다가올 때도 기다렸고(미수에 그침), 성인이 되면 키스해주겠다는 것만 믿고 얌전히 기다리는 것은 못했으나그래도 여전히 두 번의 입맞춤 이후로 스킨십의 진전이 없었으므로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아니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뱀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임재범의 인내심의 한계까지 매일 다다르게 시험했으나 임재범의 장점은 '잘 인내하고' 였으므로 김유겸의 생각대로만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